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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의주 유봉 박시봉방 -백석- 일제 시대였을 거다. 지식인들이라 다 그랬겠지만 북녘땅 어느 곳을 헤메이다가 들어선 곳. 가족도 집도 멀리 떨어져 한 없이 쓸쓸한 겨울, 눈 보라 치는 날, 같은 아주 쓸쓸한 날. 남신의주 유동에 사는 박시봉이라는 목수의 셋방에 앉아, 그저 손 만이라도 따뜻한 온기 줄 수 있는 조그만 화로 앞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 기억들이 떠 오르는 것일게다. 그 기억들이란... 가슴이 꽉 메어 오는 슬픔도 있을 것이고, 눈물이 핑 고일 만한 슬픔도 있을 것이고, 스스로 화끈 낮이 붉도록 부끄러운 슬픔도 있었을 것이다. 허나, 눈보라 치는 시린 겨울, 습하고 어두운 방안에서 슬프고 어리석은 기억에 짓눌린 시인은 그대로 쓰러져 울지 않았나 보다. 그냥 조그만 화로의 따뜻한 재 위에 이런 저런 글씨를 쓰며 곧고 정한 .. 더보기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가늘고 길게' 란 말이 있다. ㅋㅋ 한창 혈기 왕성할 때,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까지 였을게다, 굵고 짧게' 란 말이 유행이었다. 뭐 모래시계도 있었고 한창 민주화 바람 속에 혁명의 멋진 문구들이 거리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