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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가늘고 길게' 란 말이 있다. ㅋㅋ
한창 혈기 왕성할 때,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까지 였을게다, 굵고 짧게' 란 말이 유행이었다. 뭐 모래시계도 있었고 한창 민주화 바람 속에 혁명의 멋진 문구들이 거리에 심심치 않게 내 붙던 때 였기도 하겠지만, 젊다는 거 하나만으로 굵고 짧게, 한 인생 멋지게란 생각을 안 가져본 청춘이 누가 있으랴.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에서 안정되어 갈 쯤, 내 머릿속에 있던 굵고 짧게란 말이 낡고 늘어져 얇고 길게만 변해 갔다. 킥킥, 한 인생 얇고 길게. 뭐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똘망, 똘망 내 눈을 바라보는 딸아이들을 볼때 어찌 모험과 도전이란 단어가 생각 나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세상에서 가장 바보스런 사람들은 허ㅇ호 대장, 엄ㅎ길 대장이란 말이다....ㅋㅋ

이탈한 자가 문득' 이란 시를 읽은 오늘 아침.
조금 허탈한 생각이 든다. 나를 생각하면 가족이 생각난다. 가족을 생각하면 내가 생각난다.
이건 모순의 접점을 찾아가는 힘든 일인거 같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내 젊은날 꿈들이 많이 낡고 희미해 졌지만
내 딸들의 눈망울과 뽀뽀를 볼에 받으면
이 세상 행복은 다 나 한테 있는 거 같은 생각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근데, 수빈, 수연...
제발 싸우지 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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