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 나무
김동섭
미루나무는
낮은 자리에서만 자란다
논둑
밭둑
강물....
그리고
완행 버스 구불렁거리는
시골 신작로,
그 옆에
비켜 서서
빛과
바람과
강물과
구름을
안내한다
뿌리는
가장 낮은 곳에 두고
마음은
가장 높은 곳에 두고
언제나
먼 산과
키 겨루는
미루나무
그 마음
처서도 지났고
이제 곧 가을
우리 시골 집
한적한 버스 정류장 옆에
서 있던 미루나무
달력은 파한 하늘 이고 있는
황금들판 사진으로 바뀌고
이제 곧 가을
시원한 바람따라
머리 흔들며
서 있을
파란 미루나무
ㅋㅋ
생각만 해도
가슴은 시원해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청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