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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마흔 한번째 가을)

 


남아 있는 계절 중에
그 하나의 가을이 지나고 있다.

빨갛고 노란 석양은
듬성 듬성 남아있는 잔듸 운동장 가생이
오래된 큰 나무 낙엽들 색을 더 진하게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흔한 낙엽들이 올해는 더 이쁘다

그렇지
나이들어 가는 것은
흔한 것들이 흔하지 않게 되는 것일 게다

어린날
흔한 것들은 흔한 것이었다
흔해서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몰랐었다
단지
세상 어디가 궁금했고
내일이 궁금했고
나의 사랑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건 특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매일 다니던 출 퇴근길이
매일 새롭다
그 길의 온도가
계절마다 바뀌는 사소한 색깔이
다른게 이쁘다
매일 달라지는 딸내미들의 모습이 느껴지고
품을 벗어나 버린 큰딸의 모습에서
아직 품안에 있는 둘째가 보이고
혼자 있는 아내 혹은 내가 보이고
햇살 선명한
가을아침 툇마루에서
한달이 되어야 깍을만큼 길어지는
발톱을 깍는 내가 보인다
선명한 공간으로 튀어오르는
한달동안 쌓여있던 발톰 사이, 퀘퀘한 먼지
애처롭게 나온 한숨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진저리 들을 치며
허공으로 사라진다

남아 있는 계절이
적어질 수록
흔한것들은 특별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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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를 배운지 한 8개월 된거 같다.
캐논을 어느정도 끝내고
다음곡으로
기타로 요시오의 황혼을 정했다.

시간날때 마다 듣는데
오늘 아침은 참 기분이 묘해진다.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면
좋다
감정이 잘 배여 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