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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잔치는 끝났다

서른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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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다.
운동보다는 선배가, 후배가 좋았다.
매일밤 벌어지는 새우깡에 소주파티가 좋았다.
여럿이 모이면 예외없이 벌어지는 구국의 강철게임, 삼육구 게임이 좋았다.
웃으며, 어울리며
술은 떨어지고 흥건한 새벽을 맞는 원탁의 동아리 방의 느낌,
새벽, 집으로 향하는 향학로 길의 플라타너스 나무가 좋았다.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
솔직히 난 서른에 잔치가 끝났다 생각하지 않았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
이제 잔치는 끝나가고 있을까?

요즘 술만 먹으면 담배를 핀다.
이런.

다시 금연을 시작해야 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