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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목포 홍탁, 그 여자 -정병근-

목포 홍탁, 그 여자

                                      -정병근-

험상궂게 주름 팬 얼굴
어떤 남자의 누님이며 어머니일 법한
 그 여자 뚜벅뚜벅 썩은 홍어를 썬다
열매 많은 땡감나무처럼
입가에 욕지거리를 조랑조랑 다는 걸 보니
벌써 한잔 했다 한때
벌교 순천 카도지, 도둑 같은 남자 기다리며
시퍼런 칼 쓱쓱 갈아
쇠불알 썰던 그 여자
긴급 출동 강북 카 써비스 옆
목포 홍탁 불낙염포 바랜 선팅
세 평 공간 까지 쫓겨온 사연, 술 권하지 마라
저 여자 우렁우렁 팔자타령 나오면
그까짓 중랑천변 이십몇층 아파트쯤
한걸음에 훌쩍 타넘고
인수봉 백운대 단번에 올랐다가
죄 없는 홍어 옆구리 자꾸자꾸 베어준다
그 집, 나올때는 꼬부라진 혀로 시비를 걸든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야 한다
시퍼런 칼을 들고 밤새 우는
목포 홍탁, 늙은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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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느낌을 표현한다는 소위 예술이란 것들이 다 그렇겠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창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감정에 따라 대상은 다르게 보이게 된다.
그렇게 보이는 대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예술성 높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창의성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예를 들어 말이다.
벌판에 있는 나무를 그린다고 쳐보자.
한창 사랑에 빠져있는 연분홍 인생 시기라면 그 나무는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보이고 표현될 것이다.
반면 이별을 했다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다거나 심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외롭고 우울한 나무가 그려 질 것이다.

정병근 이라는 시인.
위의 시에 신선함 감정이 느껴져 몇 편의 시를 더 찾아 읽어 보았다.
참 삶에 있어 어두운 면을 잘 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어두운 사람이 아닌듯 한데 보이는 광경들이 좀 우울한거 같다.


뭐 이번 휴가 기간은 전라도 쪽 여행이 될거 같아
목포의 홍탁이 유명한 데를 찾다가
읽어본 시다.

음. 그나저나 나이를 들수록 입맛은 변해가는 거 같고
요즘들어 홍탁이 맛있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