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마흔 살
안도현
내가 그동안 이 세상에 한 일이 있다면
소낙비 같이 허둥대며 뛰어다닌 일
그리하여 세상의 바짓가랑이에 흙탕물 튀게 한 일
씨발, 세상의 입에서 욕 튀어나오게 한 일
쓰레기 봉투로도 써먹지 못하고
물 한 동이 퍼 담을 수 없는 몸, 그 무게 불린 일
병산서원 만대루 마룻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와이셔츠 단추 다섯 개를 풀자,
곧바로 반성된다
때때로 울컥, 가슴을 치미는 것 때문에
흐르는 강물 위에 돌을 던지던 시절은 갔다
시절은 갔다, 라고 쓸 때
그때가 바야흐로 마흔 살이다
바람이 겨드랑이 털을 가지고 놀게 내버려두고
꾸역꾸역 나한테 명함 건넨 자들의 이름을 모두
삭제하고 싶다
나에게는
나에게는 이제 외로운 일 좀 있어도 좋겠다
마흔 살
네 시간 동안 먹었던 능글거리는
4리터의 대장 세척제는
여섯 시간 동안 매 30분마다 내장을 세척한 후
내 똥꾸멍으로 나왔다, 좍좍
온 몸 늘어지지만, 깨끗해 지는 느낌
그리고
내시경 끝나고 들었던 의사의 한마디
깨끗하네요 ㅋㅋ
40년을 탈 없이 넘겼다는 결재 도장
네 번째 아홉 수
마흔을 맞이하기 전
거창한 이벤트라도 할까 생각해 봤지만
어제 먹은 회식 술자리의 고기 냄새와 함께
내 머리와 속은 어디에 눕고 싶다는 비명만 질러대고 있다
깨끗해진 내 내장은 어젯밤
술과 소고기와 기타 안주로 다시 채워졌고
마흔을 하루 앞두고
속 비워내고 처음 눈 똥들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변기 안에 가득 퍼져 있다
이런
마흔을 앞 두고
맨 똥 얘기만 한다
머리에 똥만 찬 놈 ㅋㅋ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자 다시 시작일까? ㅋㅋ
우물쭈물하지 말자..
불혹 :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 진짜?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으로, 《논어》〈위정편(爲政篇)〉에 언급된 내용이다. -->성인이 하신 말씀이란다. 믿어보자 ㅋㅋ.
《논어》〈위정편〉에서 공자는 일생을 회고하며 자신의 학문 수양의 발전 과정에 대해 ‘나는 15세가 되어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三十而立).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50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고(六十而耳順) 70세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