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 일거다. 생물선생님이 계셨다. 엄청 웃기고 수업도 잘 하시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결혼도 하셔서 신혼여행도 갔다 오신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인가, 수업시간인데 갑자기 칠판에 노래가사를 적으셨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오늘 가르쳐 주겠다고,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얼마 안 있다가 형사들이 와서 생물선생님을 잡아 가셨다. 그때는 전교조가 뭔지 몰랐지만 신혼이신 선생님이 너무 불쌍했었다. 아마 무서웠던 윤리 선생님도 같이 잡혀 가셨던거 갔다. 도사라고 항상 우기시던. 도덕교사 선생님...
쉬운 기타코드와 좋은 노랫말에 매료되어 자주 튕기는 곡목들이었다.
하지만 김민기라는 이름은 그저 한 노래 만드는 사람정도였다.
대학에 오고 군대를 가고, 아주 아주 힘든 시기에 외출을 나간 와수리 허름한 레코드 가게에서, 김민기라는 이름을 본 순간, 갑자기 밀려오는 사회에 대한 그리움이, 그때만해도 군바리 월급보다 훨씬 비싼 카셋트 테이프 4개를 사게 했다.
그리고 부대 불침번을 서면서 들었던 노래, 봉우리.
콘트라베이스 같은 중년의 목소리는 한껏 젊은 가슴을 흔들어 노래 속 봉우리 만큼이나 넓게 넓게 만들었었다.
높은게 봉우리여야 하는데 넓은건 바다이어야 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그렇게 넓고 넓은 봉우리가 되는거 같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

하지만 그의 노래는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가뜩이나 낮은 저음의 목소리는 침울하게 쓸쓸하게 노래들을 천천히 음미했다. 밝은 몇곡을 빼고는 난 듣기가 조금 거북했었다. 위의 앨범은 1972년에 그가 처음 발표한 앨범으로 아침이슬, 친구등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국가에 의해 전량 회수 폐기 된다. 내가 지금 들어도 좀 위험한 가사들이 많이 있다.
재대를 하고였나...지하철1호선이라는 뮤지컬이라고 해야하나, 김민기씨가 제작한 것을 봤다. 그의 노래와는 달리 곳곳에 있는 유머들이 흐믓하게 했다. 아마 아직도 하고 있지 않으려나, 꽤 유명해서 장기공연을 그때고 했고 자주 뉴스에도 나온 걸 봤는데...

헌데 요즘 다시 듣는 그의 노래가 좋다. 비오는 날, 술 한잔 마시며 들으면 거의 김현식의 노래와 같은 정도의 울림을 낸다. 아니 그보다 더 큰 울림이려나....
"조영남이 말하기를 김민기는 미대생이지만 죽어라고 노래만 불렀고 자기는 음대생이지만 죽어라고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배수비오는 영원하다'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