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8월의 크리스마스...

spiiike 2010. 3. 15. 12:57
호우시절을 봤다.
정우성은 좀 안 어울린다는 생각, 영화 내내 하다가, 고원원이라는 배우,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도 하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봤다.
호우시절에서 느낀 부족함?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영화, 라는 생각에 문득 다시 봤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정원의 사진관에 주차단속원 아가씨가 들어선다.
장례식에 갖다가 온, 더운 날씨에 녹초가 된 정원에게 사진을 빨리 뽑아야 된다고 재촉을 하고 정원은 좀 쉬자고 한다.
뾰루퉁해진 다림은 밖에서 기다리고 하드 하나로 사과 하는 정원의 마음씨가 끌렸는지 이후 힘들거나 쉬고 싶을때면 정원의 사진관에 오다가 정원을 좋아하게 된다.
이 후 놀이 공원도 가고 운동장에서 뛰기도 하고 목욕탕에서 나오 귤도 사먹고, 늦은 밤길 무서운 얘기를 들으며 정원의 팔에 팔짱을 꼭 끼기도 한다.
삶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느껴지는 애틋함에 정원은 좀 당황했을 지도 모르나 귀여운 눈웃음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야무지게 얘기하는 다림에게서 죽음의 공포도 잊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잔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여름을 얘기하고 있지만 긴 겨울 지나 내리쬐는 봄 햇볕 같은 영화.

이후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내가 본 모든 영화중에 가장 좋은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이다.
이 영화 후 심은하와 한석규도 물론 좋아하는 배우가 됐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두 편 봤는데 모두 밤에 자동차의 헤트라이트가 지나가는 영상이 나온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사진관의 벽을 흝고 지나는 엷은 오랜지색의 헤트라이트가 참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이다.

놀이공원에서 다림은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 갖고 와 정원에게 준다.
아이스크림을 준 후 음료수 캔을 비닐봉지에서 꺼내 자신의 손수건으로 야무지게 입이 닿는곳을 닦고 마시는 방향을 정원에게 향하여 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심은하의 매력에 빠진 장면이다.
별로 깊게 생각은 안 했지만 왜 그 장면에서 심은하라는 배우에게 푹 빠졌을까를 생각해 보면 야무진 행동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니 사소한 것 하나에도 정원을 배려하는 느낌이 나서 였던거 같다.

비오는 날, 다림의 좁은 우산을 쓰고 가다가, 정원을 더 씌워 주다가 정원이 우산을 뺏어 들고 심은하의 한 팔을 잡아 자신쪽으로 끌어 당긴다. 싫지 않은 웃음을 웃는 다림...

어두운 골목길, 무서운 얘기를 하는 정원에게 팔짱을 끼며 몸을 기대는 다림. 잠시 얘기를 멈추었다가 재촉하는 다림에게 다시 얘기해주는 정원.

다시 한 번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