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위 -함민복-
spiiike
2007. 3. 26. 17:26
자위
- 함민복 -
성기는 족보 쓰는 신성한 필기구이다.
낙서하지 말자. 다시는
--------------------------------------------------------------------------------------
대학교 2학년 때인가. 나는 내 시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었다.
구태의연하고 나약한 사랑을 노래하지는 않으리라, 삶을 노래하리라는 생각, 생각해보매 그리 고귀하지도 않았던 이러한 주제는 젊은 피 속에 끓고 있던 열정을 담기에는 무지 멋있어 보였다. 후배들에게 선배의 지위로서 삶을 얘기한다는 것, ㅋㅋ 그건 먹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함민복 시인의 '자위'라는 시를 접했을때, 난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전혀 고귀하지도 않은, 꾸며지지도 않은 소재로, 더군다나 몇 단어 없는 짧은 두 줄로 말하고자 하는 모든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 소시민이 어둑한 구석진 방 구석에서 순간의 쾌락을 못이겨 자위를 하고, 오르가즘 후 밀려오는 허탈감에 소용없는 다짐을 하는. 그는 여자를 살 돈도, 결혼을 할 여자도 없는, 하지만 다짐만은 열심히 하는, 소외된 소시민.
이런 것이 시라는 거구나라는 생각. 으. 한동안 시를 쓰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남들이 시를 어렵다고 접하기 어렵다고 하나 난 감히 말 할 수 있겠다. 그건 자신에 맞는 시를 아직 접해 보지 못해서라고.
나도 접했던 대부분의 시들은 별로였다. 누가 말하기를 좋은 대중가요보다 감정의 느낌이 낮은 시들도 많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진짜로 좋은 시, 자기의 처지와 공감이 생겨 작가의 생각과 일체화 된 시를 접하게 되면 이 세상 어느 예술 작품보다도 감동 적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 봐야 되는 거 같은데...ㅋㅋ
---------------------------------------------------------------------------------------
함민복의 <<우울씨의 일일>>
book review 에서 발췌
산업사회와 인간
작가 함민복의 이 시집속에는 동 제목의 연작시 <우울씨의 일일>과 <박수 소리>가 각각 10여편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시집 전체으 주인공이기도 한 우울씨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얻은 직업병을 치료하기 위해 매주 지하철을 타고 정신과를 출입하는 카페 주인이다. 또한 그는 실제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을 했던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거대산업사외 속의 소모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쉴 새 없이 볼트를 조이던 채플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모든 현대인들이기도 한 동시에, 반대로 사천이백만을 넘어서고 있는 인구탑 아래서 소주를 마시며, 인구탑의 수치 증가를 막아 보려 이 악물고 죽어 가는 후보선수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를 흔히 자기 소외의 시대라고 한다. 그것은 현대사회가 인간의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사회의 메커니즘 속에 말려들고, 나아가 인간이 만든 제도나 기계에 봉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했던 물질문명, 그것이 우리를 가두어 버린다. 그 안에 갇혀진 우울씨의 모습이 <박수소리 10>에서 의미 깊게 묘사된다.
우울시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는 그레고르 잠자리처럼 자신의 신체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시멘트가 우울씨의 두 눈을 제외한 온 몸을 감사고 잇어 그가 그 상태로 굳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 그것은 물질문명을 발전시키는데에 커다란 공훈을 세운 재료이다. 커다란 돌덩이를 깎아서 기둥을 세우던 과거와는 달리 시멘트는 어느 장소에 어떤 모양의 기둥, 혹은 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은 수십 층의 건물을 만들 수 있게 도와 주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고마운 시멘트 속에서 우울씨는 괴로워 하고 있다. -중략-
- 함민복 -
성기는 족보 쓰는 신성한 필기구이다.
낙서하지 말자. 다시는
--------------------------------------------------------------------------------------
대학교 2학년 때인가. 나는 내 시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었다.
구태의연하고 나약한 사랑을 노래하지는 않으리라, 삶을 노래하리라는 생각, 생각해보매 그리 고귀하지도 않았던 이러한 주제는 젊은 피 속에 끓고 있던 열정을 담기에는 무지 멋있어 보였다. 후배들에게 선배의 지위로서 삶을 얘기한다는 것, ㅋㅋ 그건 먹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함민복 시인의 '자위'라는 시를 접했을때, 난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전혀 고귀하지도 않은, 꾸며지지도 않은 소재로, 더군다나 몇 단어 없는 짧은 두 줄로 말하고자 하는 모든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 소시민이 어둑한 구석진 방 구석에서 순간의 쾌락을 못이겨 자위를 하고, 오르가즘 후 밀려오는 허탈감에 소용없는 다짐을 하는. 그는 여자를 살 돈도, 결혼을 할 여자도 없는, 하지만 다짐만은 열심히 하는, 소외된 소시민.
이런 것이 시라는 거구나라는 생각. 으. 한동안 시를 쓰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남들이 시를 어렵다고 접하기 어렵다고 하나 난 감히 말 할 수 있겠다. 그건 자신에 맞는 시를 아직 접해 보지 못해서라고.
나도 접했던 대부분의 시들은 별로였다. 누가 말하기를 좋은 대중가요보다 감정의 느낌이 낮은 시들도 많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진짜로 좋은 시, 자기의 처지와 공감이 생겨 작가의 생각과 일체화 된 시를 접하게 되면 이 세상 어느 예술 작품보다도 감동 적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 봐야 되는 거 같은데...ㅋㅋ
---------------------------------------------------------------------------------------
함민복의 <<우울씨의 일일>>
book review 에서 발췌
산업사회와 인간
작가 함민복의 이 시집속에는 동 제목의 연작시 <우울씨의 일일>과 <박수 소리>가 각각 10여편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시집 전체으 주인공이기도 한 우울씨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얻은 직업병을 치료하기 위해 매주 지하철을 타고 정신과를 출입하는 카페 주인이다. 또한 그는 실제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을 했던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거대산업사외 속의 소모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쉴 새 없이 볼트를 조이던 채플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모든 현대인들이기도 한 동시에, 반대로 사천이백만을 넘어서고 있는 인구탑 아래서 소주를 마시며, 인구탑의 수치 증가를 막아 보려 이 악물고 죽어 가는 후보선수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를 흔히 자기 소외의 시대라고 한다. 그것은 현대사회가 인간의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사회의 메커니즘 속에 말려들고, 나아가 인간이 만든 제도나 기계에 봉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했던 물질문명, 그것이 우리를 가두어 버린다. 그 안에 갇혀진 우울씨의 모습이 <박수소리 10>에서 의미 깊게 묘사된다.
우울시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는 그레고르 잠자리처럼 자신의 신체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시멘트가 우울씨의 두 눈을 제외한 온 몸을 감사고 잇어 그가 그 상태로 굳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 그것은 물질문명을 발전시키는데에 커다란 공훈을 세운 재료이다. 커다란 돌덩이를 깎아서 기둥을 세우던 과거와는 달리 시멘트는 어느 장소에 어떤 모양의 기둥, 혹은 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은 수십 층의 건물을 만들 수 있게 도와 주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고마운 시멘트 속에서 우울씨는 괴로워 하고 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