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이정록-

spiiike 2009. 3. 27. 16:29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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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가족을 꾸리고 가장이 되어서, 산다는 건
어쩌면 외로움에 고독함에 익숙해 져 가는 걸게다.

연애시절의 애틋한 감정이 없어진 아내에게
이제 난 고민을 말 하지 않는다.

철없는 아이들에게
농담조로, 아빠 힘들다...라고 말 하지만
그 속뜻을 알리 만무하다.

퇴근 시간 다가올때 술 한잔 생각나 핸드폰 속 저장된 이름들을 봐도
일에 바뻐 오래 전화하지 못한 시간은
딱히 마음편히 전화 할 친구를 사라지게 했다.

시를 읽으며 나에게도 좋은 의자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해본다.
마음편히 언제든 앉을 수 있는 자리.
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나 또한 누구에게도 마음편한 의자가 되지 못했었던거 같다.
그러한 위치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나이를 먹는다는건 홀로 사는 방법을 찾아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