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설악산 종주.....
spiiike
2008. 3. 8. 11:12
아침 5시, 부랴부랴 일어나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다.
백담사로 가는 버스다. 차도 안 막혀 한 세시간여 만에 백담사 입구에 도착했다. 인터넷에서 본 탐방기에는 입구에서 백담사 까지 버스가 다닌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동절기에는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8km, 20리 길이란다...이런...
백담사 가는 길 부터가 눈이다. 2~3일 전에도 많이 왔다고 하는데 오늘 아침에도 눈이 오기 시작했다.
너른 계곡에 눈은 없고 푸른 소나무들이 계곡따라 흐르고 있다.
백담사 일주문이다. 설악의 '악'자가 '岳'자인줄 알았는데 일주문 현판을 보니 '嶽'자다. 뜻은 똑 같은데 의미는 약간 차이가 있는 듯 하다.
백담사다. 만해가 입산한 산이란다. 예전엔 절이 너무 산 깊이 있어 오고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는데 버스에서 내려 한 시간 반 정도를 걸으니 백담사에 닿았다. 겨울 아닌 계절에는 버스도 다닌다 하니 이젠 사람들 가까운 절이 된거 같다.
들어가 찬찬히 구경하다 매점에서 사발면 한 그릇 먹고 왔다. 2000원 이란다. 헉, 그래도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절의 내력이니 등산 주의점이니 하는 것을 친절히 알려 주신다.
누구 말데로 인구밀도가 낮아야 여행의 질이 높아지나 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인터넷을 찾아 보면 이런 자세한 등산 지도를 구하기가 힘들다. 좀 자세한 지도를 올려주면 좋겠는데... 고도 표시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가 될거 같은데...ㅋㅋ
본격적인 등반이다. 매표소 직원이 고지대에는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심해 등반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힘들게 왔다고 여기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사정사정하니 그럼 수렴동까지만 가라고 한다.
수렴동에서 하룻 밤 자고 내일 일기가 좋아지면 다시 등반할 요량으로 걷기 시작했다.
멀리 영시암이 보인다. 한창 중건 하는 모양이다. 단청이 칠해지지 않은 건물이 많이 있었다.
명산은 명산이다. 가는 곳마다 봉우리와 절벽들이 하얀 눈을 이고 셔터를 누르게 한다.
수렴동 대피소에 왔는데 시간이 오후 1시쯤 되었다. 눈은 그렇게 많이 안 온다. 여기서 자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 그래서 다시 오르려 하는데 국립공원 직원이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봉정암까지 간다고 했다. 오르면서 만난 하산객들의 대부분이 봉정암까지 갖다온다고 했다. 봉정암에서 잘 수 있냐고 내가 물으니 만원을 시주하면 잘 수 있다고 한다.
암자에서의 하룻밤이라....
절에서 하룻밤 자는 것은 고대하던 일이라 은근히 기대가 되며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
수럼동에서 봉정암까지는 6km나 되는산길이다. 게다가 오르막이다. 안내도에는 3시간이 넘는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부터 쌓여 있는 눈들이 장난이 아니다. 무릎이 푹푹 들어간다. 다행히 누가 먼저 지나가며 낸 길들이 있어 그나마 그 발자국을 따라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역시나 지나가는 곳마다 기암괴석과 멋진 봉우리들이 발걸음을 한 동안 잡는다.
하얀 바위들이 많아 겨울이 아니더라도 눈이 있는 것 같아 설악이라 했다지만, 이름 그대로 겨울 설악이 제격인 거 같다.
겨울 눈 많은 산의 산행은 혼자서는 위험한 일이다. 쌓여 있는 눈을 헤치고 등반을 하는 것이 보통 산행을 하는 것보다 배 이상 힘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도 탈진해 저체온증으로 큰 일이 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젠이나 신발에 눈이 들어가지 않게 해주는 장비들도 필수 이다. 쉬는 중간중간에는 보온병을 준비해 따듯한 물과 열량많은 간식거리를 섭취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겨울 나무가 참 이쁘게 자리 잡고 있다.
봉정암에 가까워 올 수록 경사가 심해진다. 헉헉, 운동 부족인 나는 거의 체력이 고갈되어 같다.....그러나..ㅋㅋ 저 위 봉정암이 아주 반갑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암자가 5곳인가가 있는데 이곳 봉정암은 그 암자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건물을 적멸 보궁이라 하는 거 같은데 저번 오대산에서도 적멸보궁이 있었다.
암자에서 받은 저녁 공양이다 밥과 미역국과 오이무침을 한 그릇에 담아 먹는데 난 짐도 줄이고 짜장도 먹을 양으로 따로 담아 달라고 했다. 인심좋은 아줌마가 따로 담아 주셨다.
아침 공양도 받았는데 누른밥까지 주신다 역시 등산객 밀도 낮으니 숙박의 질이 높아진다.
내가 잔 방이다. 좀 초라한 방이었지만 우풍이 없어 따듯하게 잘 수 있었다.
천정과 벽에는 이쁘게 단청이 칠해져 있다.
화장실 갖다오며 한 컷...
이곳 봉정암에는 스님이 한 세, 네분 계시는 것 같았다.
가끔 밥 먹는거며 화장실이며를 물으로 스님이 거처하는 곳으로 갔는데 스님이 문을 여니 먹향이 은은히 나고 스님 어깨 너머로는 佛자 가 써 있는 화선지가 방 가득 있었다. 방은 한 두평 쯤 되었을까...
잠을 달게 자고 일어나 소청봉을 향했다.
봉정암에서 소청봉까지는 급경사고 눈도 더 많이 쌓여있다. 다행히 간 밤 누군가가 지나갔는지 발자국이 나있다. 그 발자국만 따라 소청산장으로 올랐다.
소청봉 산장에 오니 발자욱 임자인듯한 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었다. 이곳 소청대피소 부터 중청 대피소까지는 러셀(쌓인 눈 속에 길을 만드는 것)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셋이니 교대해 가며 러셀을 해 가면 중청대피소 까지 갈 수 있다고 하니 가기로 하였다.
소청봉에 오르니 모든 세상이 눈에 파 묻혀 있다. 캬.....
중청대피소 가는 길이다. 역시 러셀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보이는 가드목의 줄이 아마도 사람 허리까지 오는 높이 였을 것이다.
캬,,, 경치 죽음이다...
겨울 눈 내린 설악산에 와본 사람은 돌아가서도 눈만 왔다 하면 안절 부절 못한다고 한다.
행여 설악산의 눈이 녹을까 말이다.....
멋진 상고대를 기념으로 사진 한 방....
한동안 사진을 찍고 있는데 국립공원 직원 두명이 우리가 해 놓은 러셀을 따라 소청봉으로 올라왔다. 러셀을 하러 왔다고 하는데 우리덕에 소청봉까지는 편하게 왔을 것이다. 이제 중청 대피소까지는 직원 들의 뒤만 쫒아 가면 된다. 휴...
한 사십여분을 가니 멀리 중청 대피소가 보인다.
중청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른 절 밥을 먹고 중청대피소에 오니 허기가 져 걸음이 붙질 않았다.
먼저 온 분들은 희운각으로 하산 예정이라 급하게 떠났다.
설악산의 정상, 대청봉 가는 길이다. 바람이 세게 불었었는지 이곳에서 대청봉까지는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았다.
대청봉이다. 이 유명한 설악산을 난 이제 처음으로 와 봤다. 다행히 바람이 안 불고 눈이 그쳐 대청봉까지 왔다 갈수 있었다. 하지만 날은 흐려 주위 풍경은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대청봉에 오를 수 있었던 것으로 대 만족이다. 매표소에서 그냥 돌아갔으면, 후회막심이었을 것이다.
잠깐 잠깐 산 밑이 보이는데 휴, 경치 끝내준다.
대청봉으로 가며 중청 대피소 한 컷. 원래는 나도 희운각쪽으로 내려 가려 했으나 시간이 촉박하여 오색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하산 코스 중 가장 짧은 코스가 오색 코스이다. 짧은 대신 볼거리는 전혀 없다.
겨울 바람 홀로 맞고 있는 나무들...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목의 이정표.
오색 가는 길은 계속되는 내리막 길이다.
중간에 쉬려고 배낭을 벗으니 주위로 새들이 몰려들어 짹짹된다.
절 공양으로 많이 남은 쌀을 손에 쥐고 이렇게 허공으로 펼치니 한 참을 살피던 새들이 손에 앉아 쌀을 먹는다.
겨울 산, 먹이가 없어 얼마나 굶었으면 하는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한참을 먹다 경계심이 좀 풀렸나, 어깨에도 않고 뒷덜미도 쪼고 한다.
한 웅큼 길에 놓고 왔다.
고것들 참...
하산하는 길, 여기 저기에 남은 쌀들을 놓고 왔다. 무게가 제법 되어서 봉정암에서 시주하려던 것인데, 그냥 들고 오니 또 필요한 곳이 생겼다. 이렇게 배고픈 새들에게 주는 것도 시주일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색으로 내려왔다. 정말 굉장했던 설악산 종주였다.
나도 눈만 오면 이곳 설악산에 오고싶어 몸 둘 바를 몰라 할 거 같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