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광석 ....
spiiike
2009. 1. 6. 19:53
오늘이 김광석이 유명을 달리한지 13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김광석....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아마도 고등학교때 부터 그의 노래를 접하지 않았나 싶다.
처음 노찾사에서 노래 잘 하던 가수에서, 솔로로 나와 기타 하나로 포크송 멋지게 부르던 가수.
소극장 공연도 아마 그가 기록을 세웠을 거다. 기억이 가물가물. 내 친구에게 했던 말도 생각이 난다.
돈은 참 많이 벌었을 거야. 그 많은 공연을 하면서 밴드도 필요 없고 그저 기타하나면 되니 말이야...ㅋㅋ
대학교 수학여행을 알프스 스키장으로 갔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눈내린 진부령을 올라가는데 그때 김광석의 노래가 내 이어폰으로 흘러나왔다.
"끝, 끝없는 바람.
험한산 위, 나무 사이 불어가는...
아 나의 님 바람, 뭇 느낌 없이 진행 하는 시간따라...."
멋들어진 하모니카 음율에 맞춰 털털하게 불러제끼던 노래.
눈 내린 진부령을 보며 듣던 그 노래는 내 마음을 탁 트이게 했었다.
이등병의 편지는 뭐 다 아는것 처럼 군대 쫄다구가 입영해서 맞는 상황들을 노래한 것인데
내 쫄다구 시절에는 그리 들었던 기억이 없다. 아마 한 상병 달고 나서 나온 노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 노래에 대한 기억은 오히려 고참이 되었을때 많다.
중대에 신참이 들어오면 카세트 갖고 골방으로 데리고 가 이 노래를 틀은 후 문을 닫았다.
한 3분 정도 지난 후 노래의 클라이막스 쯤 문을 갑자기 열어보면 열이면 열, 다 울고 있었다.
그럼 아직 사회 티 못 벗었다고 쫌 굴려었던 생각이 난다. ㅋㅋ 못됐다 쪼이리...
제대 후 우연히 얻게 된 김광석 노래 전곡이라는 기타 노래책은
늦은 밤, 홀로 남은 동아리 방에서 줄담배를 피며 불러 제끼던 내 18번들이 되었다.
혼자남은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대 웃음소리, 목련,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먼지가되어,
어느60대 노부부 이야기, 이 노래는 양희은의 백구 만큼이나 가사가 서정성이 큰 노래인것 같다.
세아이를 낳은 부부인가 보다.
부인을 먼저 보내며 홀로남은 남편, 할아버지라 해야 되겠지,이 지나온 날들을 잔잔히 회상하는 노래.
이때 부턴가 난 내 결혼 생활이 이들처럼 되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었나 보다.
평범하게 아이들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다 헤어지는 일.
누군가 버스에서 이노래가 흘러나올때 다 듣고 울었다던 말이 생각난다.
서른이 다 돼어갈때 쯤에 부르던 서른 즈음에...
왜 마흔 즈음에는 없는거야? 요즘 불러야 되는데...
그렇게
들으며, 부르며 위안을 받던 그의 노래였는데
자살을 했다고 뉴스에 났었다.
기억에 아이가 어렸었던 거 같았다.
자기집 문 앞, 계단에서 자살을 했다고 뉴스에 났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좀 멍했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종교에서 가장 큰 죄악중에 하나인 자기 스스로 자기를 버리는 일,
그건 종교를 믿지 않는 나에게도 가장 큰 죄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랑과 희망을 잔잔하지만 강하게 노래하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는
참 많은 실망으로 내게 다가왔었던 거 같다.
그 후 그의 노래책도 잊어버리고
카세트 테이프도 없어져 버리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키타도 거의 안 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편안히 그 노래들을 들을수 있지만
아직도 그에게서 받은 실망은 치유되지 않았었는지
그의 유고 13년 기사는 겨울비 마냥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