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개심사 여행

spiiike 2009. 12. 21. 21:08
개심사에 갔다.
개심, 마음을 열어주는 절이란다.
충남 서산에 있는 상왕산 중턱에 있는 절이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부석사 챕터에 나와 있는 5대 절 중에 하나다.
입구 들어가는 소개말에는 충청도 4대 사찰이라고 나와 있다.(헌데 나머지 4대 사찰은 안 나와 있다. 네이버에서 찾아도 없다. --;)

밤새 내린 눈으로 개심사 가는 길은 눈 밭이다.
기대하지 않은 풍경에 눈이 호강한다.
새로 산 카메라도 호강하러 간다. ㅋㅋ



한 두시간여 운전 후 도착이다.
일주문이 소박하다.
다른 국립공원에 있는 큰 사찰들 처럼 입장료 받는 곳도 없다.

세속에 고통 받고 번뇌에 힘들어 하는 우둔한 중생들에게 한 없이 열려 있는 듯 하다.


일주문을 지나서도 한참을 산길을 간다.
한 1km는 되는거 같다.


개심사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시린 하늘아래 우울한 갈색 나무들 사이로 하얀 눈길이 개심사로 나 있다.


드디어 보인다.
절 초입, 들어가는 길에서 보는 개심사는 제법 커 보인다.


개심사 범종각이다.
사진에서 보듯 기둥이 다 휘어져 있다.
이 곳 개심사의 건물들은 더러 이렇게 휘어진 나무들로 기둥을 세웠다.
목공들의 내공이 어느정도 쌓인 후 나올 수 있는 고정관념의 탈피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해우소 가는 길이다.


초입에서 보면 좀 큰 절 같은데 올라와서 보니 좀 아담하다.


화장실은 옛날 식 화장실인데 붙어있는 안내문이 좀 특이하다.
용변을 보신 후 낙엽을 한 줌 뿌리란다.


낙엽은 이렇게 옆에 모자져 있다.
화장실 아래로는 낙엽만 지천이다.
냄새도 안 나는 것이 좋다.ㅋㅋ

기대하지 않은 눈 덮인 풍경에, 기대하지 않은 화장실 호사까지, 이번 개심사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참 기분 좋은 여행이 되는 거 같다.


명부전이다.
모든 사찰이 경내에서는 촬영 금지인 관계로 살짝 눈으로만 봤다.
염라대왕과 지장 보살을 모신 영험한 곳이라고 하는데 안을 보니 부처님 한 분과 여러명의 호리호리하고 창백한 분들이 벽을 둘러 쭉 있었다.

난 지은죄가 많아 그런지 이렇게 법당 안을 보면 좀 무섭다. --;


상왕산에서 맨 끝에 위치한 산신당이다.


이희정이가 싸준 귤과 구운 오징어다.
등산길 한 편에서 펴 놓고 먹는데 맛있다. ㅋㅋ


산신당에서 본 개심사 전경이다.


셀카 놀이.
의자 위에 카메라 올려 놓고 타이머로 찍었다.
제법 잘 나왔다.


절이면 어디나 있는 약수 인데, 이곳의 약수는 다른 절과 달리 수도꼭지로 되어 있다.
이 날이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는데 물은 얼어 나오질 않았다.


겨울도 한 중간, 까지 먹이 인 감은 저렇게 많이 달려 있다.


눈 덮인 상왕산이다.


절 앞 마당, 멋진 나무 아래 있는 벤치이다.


완전 무장 조일희.
이 날 좀 추웠는데, 단단히 채비를 하고 가서 그런지 한 나절을 밖에 있어도 별로 안 춥다.
이희정이가 싸 준 따끈한 원두 커피 마시면서 한참을 저렇게 앉아있다 왔다.

참 조용하다.


소란하던 부석사와는 달리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가, 사람이 거의 없다.

이제 올해도 며칠 안 남았다.
이 며칠이 지나면 난 사십이 된다. ㅋㅋ, 사십. 끔찍하다. ㅋㅋ

난 종교가 없다.
중학교 시절, 교회도 한 5년 정도 다녔었고 불교에 심취해 출가도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젊은날의 자만심은 종교의 필요성을 그리 못 느끼게 했다.

종교란 무엇인가.
신의 유무를 떠나 의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 옛날 무지함에서 비롯된 자연현상들의 경외에서 보잘것 없는 인간들이 의지할 곳은 전지전능한 신이었고
험하고 힘든 요즘 세상에서 또한 의지할 곳은 이 힘듬으로 부터 해방 시켜 줄 수 있는 종교일 것이다.

하지만 난 의지할 곳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젊은 피 속에 충만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가로이 절 마당에서 차갑고 신선한 바람 맞으며 따듯한 커피를 마시는데
이렇게 쉬고 싶을 때면 법당 안, 부처님 앞으로 달려와 정좌로 앉아 무념 무상의 쉼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가로운 절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벼도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은 겸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하산 길이다.
소나무 숲이 좋다.


일주문 가는 길이다.


해미읍성에 왔다.
개심사에서 가깝다.
이름만 듣고 찾아온 곳인데 옛날 중국의 성처럼 성곽이 삥 둘러 쳐져 있고 그 속에 옛날 건물들이 있다.


해미읍성 안내도 이다.
꽤 넓다.


조선시대, 천주교인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던 감옥이다.
좀 무섭다.


병마절도사의 가족들이 거처하던 내아다.
꽤 넓은 부지에 달랑 저렇게 두채의 건물 만 있다. 참 소박한 맛이 난다.
뭐라 그래야 되나. 애들 놀기는 딱 좋았을 거 같다. ㅋㅋ


해미읍성 뒤 편의 언덕에 있는 정자다.


이곳에는 꽤 오래된 나무들도 많다.
아. 또 말을 타는 곳도 있는데 무료라고 써 있다.
다음에 딸 내미들 데리고 와서 태워 줘야 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