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spiiike
2008. 1. 10. 19:03
한 열 번은 넘게 샀을 것이다. 그렇게 많이 샀음에도 지금은 갖고 있지 못한 책, 그래서 다시 한 번 사려고 하는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다 읽고 맘에 드는 후배라도 있으면 좋은 책이라고 주고, 생일 선물로 주고, 다시 읽고 싶어 다시 사고, 또 주고, 주고...
저자인 신영복 선생은 육사교수으로 있던 20대 초반,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고 50이 다되어 출소한다. 젊은 날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작가는 가족들에게 짦은 엽서 글을 보내게 되고, 이 책은 이 엽서 글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때는 중3때 국어선생님의 추천도서로 알게 되었고 그때는 멋모르고 읽어 버렸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다시 읽어 본 이 책은 그야말로 깊은 사색의 나락으로 나를 빠트렸다.
한 단어, 한 문장, 곱씹고 곱씹어 읽던 책,
- 여름징역살이 -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 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판단되지 못하고 말초 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혐오에 있읍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 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을 탓하여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알고 있읍니다.
오늘 내일 온다 온다 하던 비 한 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의 추량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 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듯한 가슴'을 깨닫게 해 줄 것임을 알고 있읍니다. 그리고 추수처럼 정갈하고 냉철한 인식을 일깨워줄 것임을 또한 알고 있읍니다.
다사했던 귀휴 1주일의 일들도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아마 한 장의 명함판 사진으로 정리되리라 믿습니다.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읍니다.
친정부모님과 동생들께도 안부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자는 감옥에서 서예를 배워 지금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는데 다른 서예가와는 다르게 주로 한글을 쓴다.
아마도 내 가치관의 상당 부분은 이 책으로 인해 형성되고 유지 되었던거 같다. 사람을 향한 생각, 생각보다는 실천이 더 큰 미덕이라는 생각, 긍정의 그 큰 힘을 믿게 만든 생각..
다시 한 권 주문해야 겠다. 그래서 다시 살아갈 힘을 충전해야 겠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때는 중3때 국어선생님의 추천도서로 알게 되었고 그때는 멋모르고 읽어 버렸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다시 읽어 본 이 책은 그야말로 깊은 사색의 나락으로 나를 빠트렸다.
한 단어, 한 문장, 곱씹고 곱씹어 읽던 책,
- 여름징역살이 -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 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판단되지 못하고 말초 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혐오에 있읍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 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을 탓하여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알고 있읍니다.
오늘 내일 온다 온다 하던 비 한 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의 추량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 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듯한 가슴'을 깨닫게 해 줄 것임을 알고 있읍니다. 그리고 추수처럼 정갈하고 냉철한 인식을 일깨워줄 것임을 또한 알고 있읍니다.
다사했던 귀휴 1주일의 일들도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아마 한 장의 명함판 사진으로 정리되리라 믿습니다.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읍니다.
친정부모님과 동생들께도 안부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내 가치관의 상당 부분은 이 책으로 인해 형성되고 유지 되었던거 같다. 사람을 향한 생각, 생각보다는 실천이 더 큰 미덕이라는 생각, 긍정의 그 큰 힘을 믿게 만든 생각..
다시 한 권 주문해야 겠다. 그래서 다시 살아갈 힘을 충전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