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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데미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게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중학교때 동네에 중고책 서점이 있었다.
그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낮에 TV가 안 나오니 친구라도 없는 날이면 빈둥 빈둥 마루에서 책이나 읽었던 때다.
중고책에 가면 적은 돈으로도 읽고 싶은 책 두, 세권은 사왔던 거 같다.

그 중에 한 권, 데미안이 있었다.
헌데 그 어린 나이에 읽기에는 너무 어렵고 따분했다.
헤세의 초기 소설은 사건 중심의 얘기가 많은데
데미안을 기점으로(내가 정확히 기억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내면과 철학적인 색채가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 후 고등학교때 두번째 읽었다.
동아리가 도서부 였으니, 그 때 헤세가 유행하고 있었던 듯 한데,
두번째 읽는 데미안은
한창 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삶을 고민하던 청소년기에 있어
너무 강하게 한문장 한문장 다가왔다.
별로 긴 소설은 아니라서
하루 이틀에 다 읽은 기억이 나는데
좀 충격적이었던 듯 하다.

그 뒤로 헤세에 빠져 닥치는 데로 읽었었다.
수레바퀴아래서, 지와사랑(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황야의 이리, 싯다르타, 크눌프, 유리알 유희 

이후
내가 쓰는 글에서도
사랑보다는 헤세의 글처럼 자기 성찰이 많은 이유도
헤세의 영향이 컸을 거라는 생각이다.

어쩌다
다시 본 저 문장.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불혹의 나이를 지나고 있는
고등학교때 보다도 더 많은 의미를 알게된
지금의 나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하는 궁금함이
다시 데미안을 구매 하게 했다.

오려면 한 사흘 걸릴텐데
기다림의 시간동안 약간의 흥분됨이 느껴지겠다.